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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2023년 03월 15일)

서울의 에어비앤비는 왜 지하철 6호선에 몰려 있을까?

공유숙박인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지하철 6호선’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었다. 합정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신당역, 동묘앞역이 외국인 관광객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2013년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빈집을 내주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이 관심을 보였고, ‘살아보는’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이 응답했다. 동네에서 살아보듯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서울 내 에어비앤비 수는 2013년 이후 7년 만에 1만개 이상으로 훌쩍 늘었다.
그렇다면 에어비앤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어디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인기 있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확인해봤더니,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명동, 남대문, 북창동(88.2%)이었다.
2위와 3위는 각각 동대문 패션타운(61.0%), 종로와 청계(37.6%)였다. 이런 조사 결과를 따져보면, 에어비앤비의 수는 종로에서 가장 많이 늘어났어야 한다.
한국도시설계학회지는 최근 ‘서울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입지 특성에 관한 연구(박소민)’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6호선을 중심으로 에어비앤비가 펼쳐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의 에어비앤비는 왜 지하철 6호선에 몰려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은 대중교통 중 지하철을 가장 많이 탄다. 2017년 서울 외국인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하철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전체의 79.3%에 이른다.
공항철도를 타고 들어오다가 만나는 강북 지역의 첫번째 지하철 노선은 6호선(디지털미디어시티)이다. 이 역에서 환승하면 합정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신당역, 동묘앞역이 나온다. 합정역(6호선)은 신촌·홍대와의 거리가 가까워 외국인이 선호한다.
그렇다면 에어비앤비는 지하철 6호선을 축으로 둥지를 틀었을까. ‘서울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입지 특성에 관한 연구’는 서울의 지하철 노선과 에어비앤비 수가 늘어난 지역을 확인했다. 서울 전역을 0.25㎢ 크기의 사각형 권역으로 구분해 에어비앤비가 늘어난 지역과 지하철 노선을 겹쳐보는 방식을 썼다.
서울의 에어비앤비는 왜 지하철 6호선에 몰려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항철도의 경우, 서울 내 5개역 모두가 에어비앤비 증가 지역과 겹쳤다. 경의중앙선은 20개역 중 8개역, 6호선은 38개역 중 12개역이 에어비앤비 증가 지역과 맞물렸다. 비중으로 따지면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이 앞서지만, 역 개수로 따지자면 에어비앤비의 증가 양상은 6호선과 맞닿는다. 에어비앤비 수가 증가한 곳이 마포구청역~상수·광흥창, 이태원, 한강진, 신당, 동묘앞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에어비앤비가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부추기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뉴올리언스도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곳이었지만 ‘살아보는’ 관광객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을 위한 상점 대신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늘어나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오래 거주하는 주민보다도 하룻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니 집주인으로서는 에어비앤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투어리피케이션(관광객 증가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Tourification)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비슷한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공유숙박을 합법화하되 용도변경을 금지하는 식으로 부작용을 막기도 한다. 도시 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내국인을 받는 것은 합법이지만, 평범한 주택이었던 건물을 공유 숙박용도로는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등의 다양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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