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2022년 02월 25일)

창의력-열정 뿜는다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창의력-열정 뿜는다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사람은 0%인 사람보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현명할까. 주변을 의식하거나 갖가지 고민을 하느라 짓눌렸던 잠재력은 0.05%의 농도일 때 폭발할 수 있을까.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노르웨이 철학자이자 의사인 핀 스코르데루의 ‘0.05% 예찬론’을 직접 실험해 보는 이들의 이야기다. 와인을 두 잔가량 마신, 취함과 취하지 않음의 경계선이 인간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검증해 보는 내용이다.
중년의 코펜하겐 고교 교사 4명의 수업은 하나같이 ‘노잼’.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들이 술을 마시자 수업 분위기는 180도 바뀐다. 각종 자료를 동원하고 자신감까지 더한 수업에 학생들은 빠져든다. 약간의 취기는 소심한 언변을 유창하게 만들고 교실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진다.
창의력-열정 뿜는다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교사들은 0.05%를 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만의 농도’를 찾아 나선다. 역사교사 마르틴(마스 미켈센)에게 최적의 농도는 0.1%. 열정 없는 수업으로 학부모로부터 항의까지 받았던 그는 일약 인기 교사가 되고 소원했던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한다. 젊은 시절의 활력과 자신감을 되찾은 이들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일리노이대학 시카고캠퍼스(UIC) 연구진은 주류 섭취가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반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인지 심리학자 제니퍼 와일리는 '행동 및 뇌과학 연구협회(FABBS)'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7%인 상태일 때 기억력을 요구하는문제 풀이 능력은 저하됐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더 강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1세에서 30세 사이의 40명을 절반으로 나눠 맥주 약 1천ml를 마신 사람들과 취기가 전혀 없는 사람들로 구분해 두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연속된 단어를 기억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이어 3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네번째 단어를 완성토록 했다. 예를 들어 '블루(blue)', '코티지(cottage)', '스위스(Swiss)'라는 단어를 주고 '치즈(cheese)'라는 답을 기대하는 식이었다.
놀라운 일은 두번째 실험 결과에서 나왔다. 맥주를 마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창의력이 필요한 문제를 40% 이상 더 잘 풀었고 문제풀이 속도도 평균 3.5초나 더 빨랐다.
와일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알코올이 분석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생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일반적 통념과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가지 문제에 골몰하거나 많은 전문지식을 갖는 것이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믿고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집중하지 않을 때, 때로는 산만한 상황에서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적당한 음주는 인간에게 마법 같은 힘을 주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적당한 음주’에 한해서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들이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를 실험해 본다며 짐승처럼 술을 퍼마신 다음 날의 결과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음주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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