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2021년 11월 25일)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든 정용진, 신세계에 플러스일까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든 정용진, 신세계에 플러스일까

‘괴짜’ ‘천재’라 불리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CEO들이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이들과 비견되는 인물이 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다. 개인 SNS를 직접 관리하며 대중과 격 없이 소통하는 그는 최근 자신의 ‘부캐’를 활용한 브랜드까지 론칭했다. 브랜드가 된 정 부회장, 그는 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화성에서 온 ‘고릴라(제이릴라)’가 우주의 레시피로 베이커리를 열었다.” 이 흥미로운 스토리는 신세계푸드가 지난 11일 선보인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UNIVERSE BY JRILL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부캐(부 캐릭터)’ 제이릴라를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베이커리다.[※참고: 제이릴라는 정용진 부회장을 본떠 만든 캐릭터다. 정 부회장의 이니셜 ‘J’와 고릴라의 ‘릴라’를 따서 이름지어졌다. 지난 4월 개설된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1만명을 넘어섰다.]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든 정용진, 신세계에 플러스일까 개점 2일차인 12일 오후 서울 청담동 SSG푸드마켓 1층에 위치한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때였지만 매장 안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독특한 콘셉트는 매장 입구에서부터 드러났다. 우주선을 모티브로 삼은 매장 입구에는 제이릴라 대형 피규어가 서 있었다.
신세계푸드가 ‘범우주적 미래형 베이커리’라고 홍보했듯 매장 자체가 여느 베이커리와는 달랐다. 소비자의 식욕을 자극하는 ‘빵 굽는 냄새’가 나지 않는 건 대표적이다. 바닥과 벽면, 테이블, 의자, 매대 등은 모두 검은색을 채택했다. 직원들은 SF 영화에 나올 법한 유니폼을 입고 분주히 오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매장이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세계푸드는 향후 제이릴라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지난 4월 신세계푸드가 음식료뿐만 아니라 광고ㆍ스포츠ㆍ주류ㆍ광고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이릴라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한 이유다.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는 제이릴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콘셉트 스토어인 셈이다.[※참고: 사실 제이릴라 상표를 먼저 론칭한 건 이마트(2020년 9월)다. 이후 지난해 말 신세계푸드가 이마트로부터 소유권을 양도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2호점 확대 계획은 없다”면서 “그동안 SNS를 통해 알려온 제이릴라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소비자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매장을 열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참고: 제이릴라를 활용한 IP 사업은 벌써 본격화하고 있다. 신세계 계열 의류 플랫폼 W컨셉은 지난 15~21일 제이릴라와 콜라보한 마케팅 행사 ‘디데이 위드 제이릴라’를 진행했다.]
어쨌거나 제이릴라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이릴라=정용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 부회장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있는 셈인데, 비슷한 사례는 신세계 다른 계열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 9월 ‘YJ 박스’를 SSG닷컴에서 한정 판매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YJ 박스’는 정 부회장이 선별한 이마트 PB(Private Brand) 상품을 한데 모은 기획 세트다. ‘피코크 유림면 비빔메밀’ ‘노브랜드 채끝 스테이크 육포’ ‘피코크 캐모마일 허니 블렌드티’ 등 25개 상품이 포함됐다. 500여개를 9만9000원에 한정 판매했는데 12시간여 만에 품절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정 부회장이 이 제품 출시에 앞서 자신의 SNS에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획상품으로 YJ 박스를 선보였다”면서 “추가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또 다른 브랜드가 출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숙박ㆍ광고ㆍ스포츠ㆍ연예오락ㆍ문구ㆍ커피ㆍ식품 등에 ‘YONG ENIUS(용지니어스·용진+지니어스)’ 상표권을 출원해놓은 상태다. 조민정 상표앤더시티 변리사는 “대기업의 경우 사업 기획 단계부터 관련 상표권을 미리 등록해 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마트 역시 자체 PB 브랜드 출시 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분야에 ‘YONGENIUS’ 상표권을 출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세계 야구단 SSG랜더스(2021년 3월 출범) 역시 구단주 ‘정용진’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심이다. 정 부회장의 이름을 딴 ‘용진이형 상’을 선수들에게 시상하는가 하면 ‘용진이형’ ‘정용진’ 등이 새겨진 유니폼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신세계에 정말 ‘플러스’가 될까. 아직까지 대중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재미있다” “국내엔 드문 리더의 모습이다” 등의 반응이 많다. 정 부회장의 SNS 팔로워가 71만명에 달하는 건 대중이 그에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괴짜 억만장자’라 불리는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나 트위터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비견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의 적극적 행보가 신세계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음식 관련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신세계의 제품이 이런 고민 끝에 출시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신세계 제품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반론이 없는 건 아니다. 오너가 아무런 견제도 없이 마케팅 전면에 나서는 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숱하다. 이사회, 주주 등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 해외 CEO와 달리 국내 오너는 시스템으로 견제하기 힘들다는 경영환경적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걸러지지 않은 ‘멘트’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많다. 지난 5월 SNS에 올린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이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한 건 대표적 예다.
정 부회장의 ‘격 없는’ 소통 방식이 일부 소비자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엔 SNS에 ‘재섭(재수없어)’라는 댓글을 단 이용자에게 ‘왜?’라고 응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걸러지지 않은 글을 SNS에 올리면 크든 작든 이슈가 터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고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소비자가 많은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특히 정 부회장의 이미지는 고스란히 그룹의 이미지로 전이된다. 정 부회장에게 부정적 이슈가 터지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를 넘어서 국내 유통업을 이끄는 압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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