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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Club 인문학 따라잡기 북클럽 085
앤 카슨의 <녹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책일 듯 하다.
이태원참사로 가족과 친지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황망한 죽음 앞에 사무침과 애절함, 그리움이 가득하다.
지난 22일에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의 유족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밖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나는 얼굴, 자려고 눈감으면 떠오르는 얼굴,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조각들의 집합체들이 우리들 각자에게도 있다. 통합할 수 없는 삶의 형체를 본뜨면서 말이다. 물성의 아름다운 비가(悲歌)에 새겨진 전율에 한없이 스며둔다.
<녹스>는 시인이자 번역가,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22년간 헤어져 있던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형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고대 로마 시인의 비가를 하나씩 해체하여 오빠의 기억들과 나란히 두었다. 이 책은 처음엔 수첩이었다. 앤 카슨은 오빠와 자신의 유년시절 사진, 먼 곳에서 오빠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우표, 앤 카슨의 온갖 제스처와 흔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툴루스라는 고대 로마시인의 시를 번역하면서 죽음의 상념을 쓰고, 그리고, 인쇄하고, 찢거나 날카롭게 오려내어 풀로 붙이면서 하나의 수첩으로 완성했다. 최초의 수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재현하며 기계의 영역을 벗어나 사람의 손으로 수작업을 거쳐 만들었다. 눌러 쓴 것이나 붙인 흔적들이 너무 생생했다. 만질 수 없는 감정이 만져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섯 페이지씩 인쇄된 더미들이 접히고 서른 번 이상의 풀칠을 통해 완성되었다. 192쪽의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쭉 이어진 구성이다.
“<녹스>를 처음 읽을 때 대부분은 오른쪽 페이지만 읽는다. 그러나 왼쪽 페이지를 읽어야 왜 <녹스> 인지 알 수 있다. 라틴어 사전을 옮긴 것처럼 보이는 왼쪽 페이지에는 앤 카슨이 지은 예문마다 녹스(nox)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이것은 비밀을 적는 방식과 닮았다. 뻔히 드러나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라고 <녹스>를 번역한 윤경희 작가는 말한다.
펼치면 왼쪽 면에는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시를 번역하는 과정이 들어있다. 오른쪽 면에는 오빠를 먼저 떠나보낸 동생 앤 카슨의 이야기가 있다. 밤의 단어, 밤의 문장, 밤의 구절로 이루어진 카툴루스의 시와 산문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비가로 완성이 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글쓰기를 통해 펼치고 접으며 노래를 지었다. 단조의 옥타브를 드나들며 슬픔을 연주한다. 어두운 것 같으나 결코 어둡지 않은 비가는, 상실의 아픔을 기워내고 존재에 대한 기억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빠를 위한 기억들은 밤의 언어가 되었다. 오빠를 해체하고 재조립하고 기억하고 추측해보고 문학적으로 풀어내었다.
덴마크어로 가방, 봉지, 주머니를 뜻하는 <녹스>에 나오는 “saekken”이라는 낱말은 앞서 가버린 죽은 자에게 주고 싶었으나 미처 주지 못했던 것, 뒤늦게야 준 것, 아직 주지 못한 것을 다 담을 것만 같다. <녹스>는 읽는 내내 시간을 되돌려주며 소중한 사람들과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채 다듬어지지 않은 듯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애도의 문장을 보면서, 이런 모양의 추모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아코디언처럼 구비구비 접어지는 독특한 책의 구성은 페이지마다 차마 끊어내지 못하는 절절한 슬픔이 계속하여 흐르고 또 흐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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