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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Club 인문학 따라잡기 북클럽 076
“뉴욕 세계 무역센터가 하나 둘씩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끔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기뻤다… 영광의 제국 미국이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터키 출신 모신 하미드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파키스탄 청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포스트 9·11 세계의 삶을 다룬 충격적이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파키스탄 청년 찬게즈는 파키스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프린스턴대학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에는 뉴욕의 유명 신용평가사에 입사하며 미국 최상위층으로 모든 것을 얻는다. 직장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 아름다운 여자친구,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일상.
그는 언더우드샘슨이라는 회사에 취직한다. 기업 재정을 평가하는 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찬게즈는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부유한 국가의 일원이 되어 부족함 없는 평안한 삶을 누리는 기쁨을 만끽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필리핀으로 출장을 가게 된 찬게츠는 그곳에서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져 내리는 뉴스를 보게 된다.
완벽한 생활을 누리던 중, 9·11이 터지면서 그간 간직해온 미국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리고 만다. 아메리칸 드림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했다. 갈색 피부의 이방인을 향한 싸늘함과 차별만이 그를 맞이했다.
고백체로 누군가에게 진술하듯이 흐르는 이 소설은 초반부터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진술의 대상이 파키스탄을 찾은 전형적인 분위기의 미국인이다. 위압적인 체구와 짧은 머리의 미국인. 하지만 그런 미국인에게 자신의 삶을 말하는 찬게즈의 태도에는 큰 흔들림이 없다. 강한 자신감 때문일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솔직한 태도 때문일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진술하는 삶 속으로 빠져들며 미국인과 파키스탄인의 경계 사이에 있는 찬게즈의 모습에서 독자들 역시 흔들리게 된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9.11테러가 일어난 후 6년 뒤에 출간되었다. <뉴요커>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던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자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작가인 모신 하미드는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프린스턴을 졸업한 뒤 굴지의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일을 한 경영 컨설턴트였다. 이렇게 보면 소설 속 찬게즈는 작가의 모습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중 흥미로운 부분은 ‘예니체리’에 대한 인용이다. 과거 오스만 제국의 충성스러운 친위대였던 ‘예니체리’는 이슬람 교도가 아닌 포로가 된 기독교 소년들을 훈련시켜 만든 특수부대였다. 누구보다 잔혹하리만큼 술탄을 위해 전장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은 기독교라는 원래의 속성을 포기하고 맹목적인 돌진의 길로 내달린다.
책 속에서 ‘예니체리’는 찬게즈 그리고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내달리는 제3세계의 엘리트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에서는 이런 은유와 알레고리의 틀 속에서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묘하게 찬게즈를 묘사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라는 사실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근본주의자가 주저한다는 것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찬게즈도 이 책을 쓴 모신 하미드도 역시나 근본주의자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내가 잡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내가 놓아버린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견고한 근본주의자가 된 누군가에게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여타 소설들과 달리 피해자의 관점에서 벗어난다. 대신 사건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제3자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성장통을 그린다. 동시에 21세기 세계화가 진정 문명 간의 이해와 소통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파키스탄 청년 모신 하미드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이 소설은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민감한 정치적 주제를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성장한 저자는 프린스턴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 등을 사사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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