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lub 인문학 따라잡기 북클럽 075

부당한 거래와 돈으로도 쉽게 사는 도덕적 가치에 무감각해진 우리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에 가는 길은 즐겁다. 그러나 탑승수속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것은 그것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다. 하지만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타는 사람은 예외다. 일반석 승객이 몰려 있는 긴 줄에 서지 않고도, 전용 창구에서 우선 수속을 받을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이를 ‘줄서기’와 같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으로 봤다. 이 같은 비시장적 방식은 사회에 깊이 스며들어 일종의 생활방식이 되었다.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친숙하다.
샌델은 전작에서 ‘정의와 도덕’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엔 ‘시장과 도덕’을 이야기한다. 시장 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하는 상황에서 시장 가치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공적 담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의회 공청회의 방청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을 고용한다면 문제없는 것인가? 책 속에 간접광고가 들어가도 괜찮을까? 신체에 새기는 문신광고는 허용 가능한가? 일반 경제논리는 재화가 상품화되어도 성질은 변하지 않고, 경제적 효율성은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의회 방청권을 상품으로 바꾸는 행위는 의회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부패시킨다. 책 속의 간접광고는 저자와 독자의 신뢰 관계를 타락시킨다. 신체에 새기는 문신광고도 사람을 사물화한다. 결국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을 상품화하면 변질되거나 재평가된다.
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고가의 티켓, 쓰레기나 환경오염 물질을 버릴 수 있는 권리, 희귀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또한 종업원 사망 시 보험금이 회사로 지급되는 생명보험상품,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테러선물지수시장(Terrorism Futures Market) 등 인간의 사망이나 사건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이 갖는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일방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관찰되는 여러 가지 부당한 거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부패한 국가라고 평가될 정도로 만연한 뇌물거래, 사법절차도 왜곡할 수 있다는 전관예우와 유전무죄 논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갑을관계 등이 그것이다. 샌델 교수가 언급한 거래들은 그나마 공개적인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음성적이거나 불법적인 거래가 많다는 차이가 있다. 설사 어느 정도의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다고 해도 돈으로 인간의 양심을 거래하는 사회는 후진적이다. 이는 사회구성원 간 신뢰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시장과 도덕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시장논리가 필요한 영역은 그대로 놔두더라도 가족·생명 등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재화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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