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lub 인문학 따라잡기 북클럽 06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올리버 색스

책속의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인 작가가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경미한 증상부터 심각한 징후들을 가진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에게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뇌에 생긴 상처와 문제들은 그들을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나 폭력과 혐오가 가득한 지금의 시선과는 달리 작가가 이들을 바라보는 눈은 따뜻하다. 임상 기록을 이야기 들려주듯 기록한 책에서는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도 결과적으로는 우리와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4부 24편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책에서는 각 장마다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1부와 2부는 뇌의 기능과 관련된 결핍과 과잉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제목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이야기는 가장 첫번째 이야기로,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와 4부에서는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에게서 발현되는 형상적인 징후들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앞선 이야기들보다 중증의 증상을 보여주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보다 심각하지만 무겁지는 않다.
이 책을 비롯해 올리버 색스의 작품들은 모두 신경증 장애라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면서도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읽히며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들이다. 이 때문에 그의 저서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 창작을 낳는 모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프랑스에서 세계적 연출가 피터 브룩Peter Brook에 의해 희곡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그 외에 시, 소설, 춤, 그림, 오페라, 영화 등 분야에서 예술가들 스스로 색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라 재단된 행동을 하고, 취급을 받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도 일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린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어떻게든 적응을 모색하고, 성장하려 한다.
한편 지금도 미국 대학에서는 신경학 분야뿐 아니라 문학, 윤리학, 철학 등의 교과과정에서 그의 글을 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분야를 엄밀하게 따지면 ‘신경학 관련 임상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생각에 고민하게 된다. 표면적인 것만 보는 우리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피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저항하며 폭력과 혐오의 형태로 이를 표현하기도 한다. 혐오의 시대라는 지금,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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